이탈리아 북부 1일차; 오랜만에 돌아온 베니스

2020. 1. 8. 20:21유럽 여행 한 병/2019 이탈리아 한 잔

대망의 이탈리아 북부 여행이 시작된 날.

정신없이 준비하고 아침 6시에 부랴부랴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전날에 2시에 자서 그런지 잠이 쏟아져 오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 잠들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깨어 있었다.


공항에서 짐검사를 마친 뒤, 면세점에 들러서 물건을 수령하러 갔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EOS 200D 2와 조우하게 되었다ㅠㅠㅠㅠㅠㅠ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스트레스가 극에 달아서

이번에 여행가는데 무조건 카메라는 사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전부터 벼르고는 있었다^^;;

 

암튼 신나게 카메라 언박싱하고, 면세점에서 산 거 정리하고, 비행기 탑승 수속하고

우리는 또다시,

베니스를 향해 날아가게 되었다.


비행기 안은 언제나 똑같다.

자다가 기내식이 나오면 먹고, 잠깐 잠이 깼다 싶으면 다시 자고.

마치 동물원 안 동물이 되어 사육당하는 느낌이랄까.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은 좋지만,

그 설렘만큼 피곤한 것이 또 비행기 안이다.

 

기내식으로는 불고기 쌈밥이랑 유산슬 덮밥을 먹었다.

불고기 쌈밥은 베니스 올 때마다 나오는 것 같은데, 내 최애 기내식이다. 냠냠-

중간중간 어하루 보면서 잤다가 깨다가를 반복.

결국 비행기 안에서 읽으리라 다짐했던 유럽 미술사 책은

내 어깨만 무겁게 만들었다...ㅋㅋㅋ


그리하여 도착하게 된 베니스 마르코폴로 공항.

익숙하지만 설렘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익숙해서 더 방심했다.

내가 예전에 쓰던 우니카 카드를 충전하려고 했는데,

이게 20일이 넘으면 12월달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나도 롤링베니스를 구입하게 되었다ㅠㅠ

 


숙소는 Best Western Plus Hotel Bologna 였다.

로비도 깔끔하고 직원들도 친절하셨다.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지만.... 이곳은 최고의 호텔이었다.....ㅠㅠㅠ

다음에 베네치아 또 가면 무적권 이 호텔이란 말이다ㅠㅠㅠㅠ

방도 깔끔하고 조식도 최고였던 호텔ㅠㅠㅠㅠ (근데 사실 대부분의 조식은 빵 햄 치즈이긴 한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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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로 옆에 있는 플라자 호텔은 진짜 최악이었다. 한겨울에 히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프론트에 맥고나걸 교수님 닮은 직원이 있는데, 그 분은 완전 서비스 정신 0이다. TV 안 켜진다고 하니까 사람 불러준다고 해놓고 안 보내고..... 게다가 슬리퍼도 더 달라니까 3명인데 하나밖에 안 준다. 그리고 체크인 할 때도 조식먹는데도 안알려주고 딸랑 방키 하나만 줬다. 이정도면 직무유기 아닙니까....

(하지만 주관적인 의견이다. 나만 그렇게 운이 안 좋았을 수 도. 하지만 그렇다기엔 인터넷에서 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아무튼 숙소에서 짐정리를 마치고 메스트레도 한번 구경해야 할 것 같아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메스트레 지역의 메인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페레토 광장에 갔다왔다.

 


페레토 광장

 

볼로냐 호텔에서 페레토 광장을 가기 위해선 트램 T2를 타야한다.

그러나 아무생각없이 트램 역에 갔던 우리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당연히 트램 역 근처에 티켓을 파는 부스가 있을 줄 알고 갔는데, 이런.

칼퇴하는 이탈리아를 까먹은 내 탓이지.

티켓 부스가 문을 닫아버렸다. ^^

혹시 몰라 부스 옆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 들어가서 트램 티켓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안된다고 한다.

이때부터 멘붕의 시작이었다....ㅎ 결국 여기저기 검색한 끝에, 플라자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내가 아니라 엄마가ㅋ)

 

Enjoy Bar Cafeteria에서 각종 티켓을 판매한다.

*Enjoy Bar Cafeteria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여기서 트램 티켓 뿐만 아니라 바포레토(수상버스)티켓, 공항버스 티켓까지 모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티켓의 경우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니 참고할 것. 늦은 시간에 나와 타바끼나 티켓 매표소가 문을 닫았다면, 이 카페에서 티켓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트램 티켓은 1.5유로이다. 뚜벅이가 아니라면(=체력거지라면), 2회권(왕복)을 사는 것이 좋다. 구글 지도에는 도보 20분이면 메스트레역 부근에서 페레토 광장까지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거 실제로 걸어보면 30분이다. 30분, 쉽지 않다....

 

*메스트레 지역 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 https://eurobike.kr/community/community_010100-view.html?s_nara=&s_gubun=&search_kind=&search_text=&bbs_group=tongsin&gotopage=1&bbs_uid=5555

 

 

어쨌든 위기를 여차저차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위기에 봉착......ㅋㅋㅋ

어느 쪽이 페레토 광장으로 가는 트램인지 몰라서 헤맸다.ㅋㅋㅋㅋㅋ

결국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한 아주머니께 여쭤봐서 해결보았다.

이탈리아에서 사시는 분인 것 같았는데, 자신도 헷갈렸는지 발벗고 나서서 다른 분께 여쭤보고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극심하게 감동.... Grazie라고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수차례의 위기를 넘기며 드디어 페레토 광장에 도착.

도착하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었다.

 

 

근데.... 비가 와서 그런지 벌써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았다....

 

 

이런 정겨운 분위기 좋다ㅠㅠㅠ 근데 비가 와서 사람이 그렇지 많지는 않았다... 넘 아쉬움

 

 

얼굴이 나오는 것을 철저하게 거부한 녀석....

비가 와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사진을 보니 비가 와서 더 예쁘게 찍힌 것 같다.

비가 적셔놓은 광장 바닥. 그리고 그 바닥에 반사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황홀하다.

(하지만 현실은 한 손으로 우산들고 한 손으로 겨우 찍은 사진이라는 거ㅋㅋㅋㅋㅋㅋ)

 

 

조금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았는데, my love 해리포터 지팡이가 종류별로 있더라.....이쁘다.....

사고 싶긴 한데, 정품을 이미 싹 다 본 나에게는 좀 짜가 티가 나더라...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찰칵.

(다음 여행지는 영국^^)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한 7시반 쯤 돌아갔다.

솔직히 도착한 날에 바로 돌아다니는 거,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여행에서 시간은 금과 같으니ㅠㅠ

 

돌아가는 길에 백화점 바로 앞에서 조그만 푸드트럭(?) 같은게 있어서

조그만 머핀 하나 주문했다. 홈메이트 머핀인데 2유로 였던 것 같다.

주문은 짐꾼 막냉이 시켰다.

 

 

확대샷 보니 2유로 맞는 듯.

완전 즉석에서 따끈하게 데워준다.

 

 

바로 딱 받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렇게 따끈한 머핀은 처음 먹어 본다.

비도 추적추적오고, 날도 어둡고, 피곤해서 그런지

한 입만 먹었는데도 진짜 맛있었다. 피로가 풀리는 달콤함이랄까.

 

 

하지만, 머핀을 먹을 때만 해도 좋았는데.

돌아갈 때 다시 위기에 봉착. 도대체 위기가 하루에 몇 번을 찾아오는지ㅋㅋㅋㅋㅋㅋㅋ

주변에 트램 티켓 살 때가 없는 것ㅋㅋㅋㅋㅋㅋ 다 문 닫았다ㅋㅋㅋㅋㅋㅋ

타바끼가 다 닫아서 우리는 무임승차를 감행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오늘 막 도착했는데, 그 힘든 몸으로 30분을 걷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탔다. 검표원이 혹시라도 검사하는 날엔,,, 벌금이,,,, ㅎㅎㅎ

 

하지만 다행이도 걸리지 않았다. 이럴 땐 저녁되기 전에 칼퇴하는 이탈리아가 참 감사하다...

물론 트램 안에서 무임승차에 대한 잘못은 뉘우쳤다. (앞으로는 꼭 2회권으로 끊자. 내 다리를 믿지 말자.)

역시 자유여행은 이렇게 짜릿하고 스릴넘치는 묘미가 있다......^^;

 

 

 

저녁식사

 

저녁은 근처 중식집인 Ristorante Chinese 华侨饭店에서 포장해와서 먹었다.

그런데 이 집, 진짜 맛집이다.

저번에 엄마랑 동생이 베니스 여행을 했을 때도 이곳에 자주왔다고 한다. 완전 극찬을 하더라.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나 궁금했는데, 크으.... 역시나... 쵝오.....

가격은 유럽에서 볼 수 없는 3~4유로대... 진짜 미췬 가격....

 

별로라는 평이 아주 간간히 있지만, 우선 계란 볶음밥, 야채볶음밥, 마파두부, 칠리새우는 완벽하게 통과다 탕탕.

김치찌개 이런건 어짜피 한국가서 먹을 수 있으니까 안 시켰다.

이번에 여행하면서 한 4번? 5번?은 간 거 같은데 (이정도면 베니스에 중화요리 먹으러 온 격)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

꿀팁이라면, 볶음밥 포장해와서 싸온 컵라면이랑 같이 먹자. 최고다. 파스타 다 저리가.

 

 

마파두부. 영롱하다.

 

 

야채 볶음밥. 약간 불맛이 나서 아주 맛있다. 아직도 군침돈다.

이거 먹으러 메스트레 또 가고 싶다.

 

 

컵라면+마파두부+야채볶음밥+김치+고추참치 = 환상의 조합

어하루 보면서 먹을라했는데, 먹는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서 그냥 멈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거하게 저녁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 내린다.

결국 나는 샤워하고 나서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

원래 이 글도 12월 20일 당일에 올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올릴 수 없었다.

엄마, 이로운, 나, 이렇게 셋 중에서 가장 거지체력은 '나'였던 것이다.

 

 

여행이 시작된 날.

벌써 지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럴 순 없지.

본격적인 여행은 내일부터 시작이니까.

 

~나의 신발도 체력 충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