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목요일 한 잔: 영어학원 면접, 그리고 평범한 하루

2019. 3. 17. 04:16일상 한 잔


베니스에서 한국에 돌아오고 약 한 달동안

굉장히 잉여로운 삶을 지내고 있었다.

무료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간만에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뭔가 해야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날 사로잡고 있었다.

알바라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영어학원 알바자리를 추천해줘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가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알바라도 한들,

면접은 항상 긴장되는 것 같다.

다행히 원장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바로 그 자리에서 채용될 수 있었고,

다음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원이 무지 바빠 정신이 없다고 하는데

괜히 벌써부터 긴장된다.




면접이 끝나고 나와,

친구들과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주변을 걸어보았다.

중학교 때 목동지역을 자주 다녔어서 그런지,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거리였다.

왠지 모르게 길거리가 너무 예뻐서

여김없이 나와 항상 함께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가뿐하고 무거운 발걸음.

말이 안된다.

그렇지만 말이 되기도 한다.

면접을 무사히 보고나와 가뿐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바빠질 생각을 하면 무겁기도 한,

그런 발걸음이었기에.

이렇게 나의 마음은 항상 모순투성이이다.


요즘 이렇게 사진과 함께

네온사인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꽃혀버렸다.

그때의 생각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다.

이렇게 필름 카메라 느낌의 보정도 거의 처음해보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원하는대로 안나와서 끙끙거렸다.

그래도 참 맘에 드는 사진이다.




일상 속에서 걸어다니는 길도

나에겐 하나의 작품이 되어준다.

이런 여유로움, 참 좋다.




길가의 수풀들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어떤 것이든

그들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뿐.

앞으로도 작고 사소한 것들에 담긴

매력들을 찾아나가고 싶다.




스타벅스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슈크림 크런치 라떼를 시켰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달콤하고 고소했다.

슈크림이라고 해서 느끼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크런치 토핑의 바삭함과 슈크림의 부드러움이 함께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입 안에서 달콤함과 고소함이 울려퍼졌다.

다음에 또 다시 마시고 싶은 그런 한 잔이었다.




카페에 있다가 너무 배고파서 향했던 합정의 '소문'

햄버거의 빵을 대신하여 오믈렛으로 대체한,

생각의 전환이 돋보였던 오믈렛 버거.

개인적으로 계란하면 사족을 못쓰는지라 꽤 맛있게 먹었다.

소스는 토마토 소스(?)로 골랐던 것 같은데,

느끼할 수도 있는 오믈렛 버거의 맛을 잡아줘서 좋았다.


사이드 메뉴로 어니언 링과 텐더치킨을 시켰는데,

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던 것 같다.


적당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곳.




마지막을 달콤하게 장식해줬던 망원동 티라미수.

개인적으로 80-90년대 느낌을 굉장히 좋아하는지라

다시 한 번 또 가보고 싶은 곳.

카페 내부는 굉장히 좁아 앉아서 먹기는 좀 불편했다.

그래도 입에서 살살 녹는게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코인노래방에서 잠시 흥을 낸다.

그냥 들어가긴 아쉬우니까.


평범하면서도, 특별했던

오늘의 하루, 한 잔.

앞을 걱정하고, 뒤를 후회하기보다,

여기, 내가 서있는 지금을 즐기고 행복하다면,

괜찮을거라 믿고 싶다.

아니, 괜찮을거야.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