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 05:52ㆍ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4일차(2); 미바튼 일대에 발자취를 남기다 (데티포스/세이디스피외르뒤르)
고다포스, 미바튼 온천, 크라플라 산까지 갔으니,
이제 남은 지점은 바로 데티포스였다.
데티포스에서 세이디스피외르뒤르까지의 발자취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 데티포스
데티포스는 영화<프로메테우스> 시작 부분에 아주 강렬하게 등장한다고 한다.
나도 사실 가기 전에 너무 궁금해서 영상을 한번 찾아봤는데,
정말 자칫했다간 목숨이 위태위태한 폭포처럼 보였다.
그만큼 가기 전부터 큰 기대를 하고 갔던 곳이었다.
데티포스를 가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862번 도로와 864번 도로.
864번 도로로 가야 프로메테우스 촬영 각도에서 데티포스를 볼 수 있고,
862번은 그 반대편에서 데티포스를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던 12월달은 864번 도로가 막혀있었기 때문에 862번 도로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862번 도로가 통제되지 않았던 것도 기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겨울철 아이슬란드는 변수가 많다.
그렇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자연의 광경을 감상했었던 기억이 난다.
데티포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약 15분 정도 걸어가야
데티포스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데티포스로 향하는 길은 정말 내게 있어선,
아이슬란드에서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곳 같다.
(주관적인 기준,,,ㅠ)
인터스텔라의 만 박사 행성 촬영지였던 스카프타펠보다
더 황량하고 두려웠다.
온 길이 빙판이어서 조금만 헛딛어도 넘어질 것만 같았고
데티포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진 찍는 것에 열중하다가 동행분들을 놓쳐서
이 허허벌판에 나만 남겨져 있었을 땐 두려움이 닥쳐왔다.
자연으로부터 이렇게 큰 두려움을 느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항상 그 경이로움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감탄했었는데,
이 순간은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보시다시피 저 지평선 너머까지 가야
비로소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를 마주할 수 있다.
길을 표시하기 위해 막대기를 꽂아 놓았지만,
점점 갈수록 어디가 길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나중에는 돌 사이를 건너다니고 언덕을 기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온천으로 쉼표 찍고 나서 거의 고강도 트레이닝을 하는 기분이랄까ㅋㅋㅋㅋ
암튼 참 고생고생해서 데티포스를 만나게 되었다.
정말,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난 폭포 소리는 내 귀를 마비시켰다.
아래로 미친듯이 떨어지는 폭포는
나의 사고회로를 정지시켰다.
혈관까지 얼어붙을 추위였지만,
그 추위 속에서 저렇게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고드름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어렸을 때 건물이나 자동차 아래에 고드름이 붙어있으면
떼어 먹고 그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슬란드에서도 한 번 그런 추억을 만들어보자며
떼.려.고.했.지.만.
안떼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짧아서 안떼진다ㅠ
게다가 장갑까지 껴서 손에 잘 안잡혔다.
나는 빠르게 포기했다^.^
데티포스의 찰나의 순간을 찍으면
강한 폭포의 물줄기가 잡힌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힘이 들어간 인간의 근육을 조각으로 세밀하게 묘사한 것과 같이 강렬한 물줄기들.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찍으면
그 물줄기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움직임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두 모습 모두,
내겐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주차장으로 가는 길.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브이 한 번 해줘야겠다 싶어 찍어줬다.
그리고 중심 못잡아서 넘어져버렸다ㅋㅋㅋㅋㅋ
아프지만, 그게 다 추억이지 뭐.
가다가 깊숙히 파인 구멍을 보았다.
신발자국 같은데,
그 깊이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자칫했다간 주변이 무너져내려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무섭고도 호기심 가득 찬 생각이 들었다.
빠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도대체 누가 이 발자국을 남긴 것이냐.
동부의 거점, 세이디스피외르디르
데티포스에서 4일차 일정을 마무리 한 뒤,
우리는 아이슬란드 동부의 중심인 세이디스피외르디르로 향했다.
하루 동안 몸 녹일 수 있는 우리의 호텔이 대기하고 있는 곳.
깜박하고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호텔로 예약해서 저녁식사를 외식해야했지만,
그래도 나름 맛있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가격은 말잇못)
숙소는 스내펠 호텔.
신기하게도 리셉션 데스트가 호텔과 떨어져있고,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여차저차 체크인을 하고 식사를 할 곳을 찾아봤지만 또 마땅히 없어
그냥 리셉션 겸 식당인 곳에 다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계산대에 진열되어 있는 디저트들.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는 그대들...
오늘의 저녁은 피자와 스테이크!
이정도면 외식도 나름 성공적인 것 같다.
감자샐러드와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니 고소하니 맛있었고,
피자도 토핑이 심플하지만 꽤 맛있었다.
가격은 둘이 합쳐서 6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이제 저녁도 배불리 먹었겠다,
완벽히 어두운 밤이 다가왔으니,
남은 일은
오로라 헌팅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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