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4일차(1); 미바튼 일대에 발자취를 남기다 (고다포스/미바튼 온천/크라플라 산)

2019. 3. 2. 20:04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4일차(1); 미바튼 일대에 발자취를 남기다 (고다포스/미바튼 온천/크라플라 산)





얼음행성과 같은 자태를 내뿜던 아쿠레이리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또 다시 새로운 장소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 본다.


벌써 링로드의 4분의 1지점까지 도달했지만,

조금 더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북부에 비해 남부 쪽에 볼거리들이 몰려있기에

링로드의 2분의 1 지점인 세이디스피외르뒤르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그로 인해 4일차의 일정은 꽤나 빡빡했지만,

그만큼 알찼던 하루였다.



오늘의 점들은 신들의 폭포라 불리우는 고다포스, 아직도 살아숨쉬는 크라플라 활화산,

여행에 쉼표를 더해주는 미바튼 네이처 바스, 유럽에서 가장 힘차고 거대한 폭포인 데티포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부의 중심이자 피오르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세이디스피외르뒤르.


선들을 오가며 점들을 찍은 4일차 여행기,

이제부터 시작.




아쿠레이리에서의 아침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핫도그로 시작한다.

아이슬란드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핫도그.

유독 이 곳의 핫도그가 그 어디에서 먹는 핫도그보다 맛있다.




어제 핫도그를 제조할 재료들을 미리 사놨기 때문에

아침에 할 일은 그저 뚝딱뚝딱 만드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마트에서 핫도그 소스를 찾지 못해

햄버거 소스로 대체하였다.


햄버거 소스인들 어떠하랴.

아침을 먹는 이 순간조차가 감사할 따름이다.




아침을 먹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어둡지만,

곧 밝아질 것 같은,

그런 아침.


이제는 익숙하다.

햇빛의 소중함을 하루하루 깨닫고 있다.

항상 존재하던 것의 소중함.

자연의 소중함.




어둠 사이로 거대한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

엄청난 자연들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항상 아이슬란드의 마을에

나의 아쉬움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 같다.

그래서 비로소 더 그리워지는 여행이다.




아쿠레이리를 떠나기도 잠시,

차를 타고 가다가 엄청난 풍경을 목격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참 아름다웠던 모습을 뽑는다면,

바로 이 곳 아쿠레이리일 것이다.


야경과 주경 사이,

그 어딘가에서

아쿠레이리는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자연과 삶의 터전이

조화로운 이 곳.


눈으로만 이 풍경을 담는 건 너무 아까운 것 같다.

바람, 냄새, 온도, 그 모든 것을 다 담고가고 싶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 곳, 아이슬란드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간다.

그래도, 사진이 남는다는 말에는 격하게 공감.

(그러지 않으면 기억이 안나니 원...)




아쿠레이리에서 고다포스로 가는 길목에서


보석과 같은 아쿠레이리의 아름다움은 내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고다포스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



해가 점점 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황빛으로 번져가고 있는 하늘.

하루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호수 부근을 지나가는데

호수에 반영된 산의 모습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다른 동행분들도 그러했는지,

잠시 여기서 멈춰 일출을 기다리기로 했다.




참 자주보이는 테이블과 의자.

날씨만 좋다면 여유있게 앉아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할텐데.




드디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하늘과 호수를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얼음과 같이 차가운 공간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해가 뜨는 곳으로 가면 마치 또 다른 세계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



신들의 폭포, 고다포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고다포스.


고다포스는 신들의 폭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슬란드의 종교적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북유럽 신상들을 이 곳에 가져다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다포스는 그 이름이 붙은 이유를 떠나서,

폭포 그 자체로, 신들의 폭포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다.




마치 신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폭포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힘차게,

그렇게 폭포는 흐르고 있었다.




어찌나 폭포가 세면

폭포가 만들어내는 수증기가 바람에 날아와

내 얼굴을 강타하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더 가까이 갈 수밖에야.




점점 가까이 갈수록

꽁꽁 언 폭포의 얼음조각들이

폭포 주위를 감싸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가는 길도 꽁꽁 얼어서 자칫하면 넘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넘어지면 어떠리.

이런 곳에선 넘어짐 조차 추억이 될텐데.




길 아래에 내려가 폭포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없이 흘러가는 폭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실 나는 이 곳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자연과, 그리고 그 곳에 서있는 나 자신을 마주보고자 노력하였다.

그동안 가질 수 없었던 시간들을

이 곳에서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물결이 절벽에 다다르면

폭포가 되어 힘차고 아름답게 떨어진다.

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다.




카메라를 장노출로 설정해서 찍어보았다.

참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카메라의 세계는 참 재미있다.

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한 장에 담아주니 말이다.

그것이 찰나의 순간이든,

혹은 흘러가는 긴 시간이든.




이제 이 곳을 떠나가야 할 시간.

좋았고, 또 좋았다.

다음에 또 보자!




고다포스에서 뒤를 돌면 이런 풍경.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황홀감에 취하고 있었다.




여행에 쉼표를 찍어준, 미바튼 네이처 바스 Myvatn Nature Baths


아이슬란드에 왔다면,

온천은 빠질 수 없는 코스이다.


사실 어제 아쿠레이리 숙소에서

블루라군을 예약하려고 하였으나,

이 비수기에 이미 마감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온천을 가야만 했다.

그리하여 선택한 곳이 바로 미바튼 네이처 바스.

그리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예약을 하지 않고도

당일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기에 서슴없이 이 곳을 선택하였다.




고다포스에서 미바튼 네이처 바스까지 가는 길 중간에

또 잠시 멈춰섰다.


멈춤과 여유의 미학을 깨달을 수 있는 이 곳이기에,

더더욱 즐길 수 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마치 저기 저 보이는 산이 한우같다.

냠냠. 구워먹고 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




차 안에서 조리개 속도를 빠르게 맞춰서 찍으면

이런 사진은 뚝딱.


아이슬란드는 어느 한 군데가 좋았다기보다

그냥 여기 있었던 모든 순간들이 좋았다.

주변 사람들은 오로라가 가장 좋지 않았냐고 물어보지만,

나는 그냥 차 안에서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더 좋았다.

'그냥' 보았던 것들이 다 소중하고 경이롭다.

1초, 1분, 1시간이 다 좋았던 아이슬란드.




붕붕 달려서 드디어 미바튼 네이처 바스 도착.

샤워도구랑 수건을 챙겨서 부랴부랴 들어갔다.

수영복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따로 대여를 했다.


그리 많은 시간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30분? 정도 즐길 수 밖에 없었다.

방수팩도 안가져와서 사진도 못찍었다ㅠㅠ

그래도 여기서는 여행의 쉼표를 잠시 찍는 것이 목표였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다.


원래 사우나, 온천이라면 환장을 하는 나기에,

작은 온천이었어도 진짜 리얼 너무너무 좋았다.

수영복 입고 밖에 나가니 얼어죽을 것 같아서

바로 온탕으로 뛰어들어갔더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수면 위에는 차가운 공기가 내 얼굴을 감쌌지만,

내 몸은 아이슬란드의 따뜻한 온천이 녹여주었다.

게다가 내 눈은 이 곳의 풍경이 책임져주니,

그야말로 최고였다.

지금 생각해도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https://myvatnnaturebaths.is/prices-and-hour/

(미바튼 네이처 바스 공식 홈페이지/입장료, 대여료, 개장시간 등이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듯이,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한 법.

아이슬란드에서 지친 피로를

이렇게 온천에서 풀어가는 것은 필수 코스라고해도 무방하다.




온천을 하고 나니,

갈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 따뜻하게 몸을 지지고 나면

시원한 음료수를 드링킹해줘야 한다


다행히 미바튼 네이처 바스 근처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어서

간단한 음료수와 빵에 발라먹을 잼을 샀다.

슈퍼마켓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ㅠ




계산 틱틱 해주고 벌컥벌컥 드링킹.

크, 바로 이 맛이다




아직도 살아숨쉬는 활화산, 크라플라 분화구


미바튼 네이처 바스 근처에

차를 타고 15분이면 크라플라 산에 도착할 수 있다.

특히 이 크라플라 산은 비티 분화구가 그렇게 영롱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ㅋㅋㅋ)

겨울이라 그런지 분화구가 꽁꽁 얼어있었다.

저기서 스케이트를 타면 어떻게 될까 라는 호기심이 잔뜩 들 뿐,

영롱한 비티 분화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겨울이라서 볼 수 있는, 얼어있는 분화구를 볼 수 있어 꽤 인상깊었다.


특히 산을 덮은 있는 눈 사이사이에

얼음이 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문득 그 장면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마치 블랙홀과 같아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분화구 아래에 주차해둔 우리의 차량이

미니어처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이 사진만 봐도 분화구의 크기가

엄청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분화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지열 발전소가 있다.

미바튼은 아이슬란드가 왜 불의 나라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대부분이 지열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하니,

얼마나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을 보존하고 이용할 줄 아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