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5일차; 구불구불 동부 해안도로 드라이브 (feat.스톡스네스)

2019. 3. 6. 22:11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5일차; 구불구불 동부 해안도로 드라이브 (feat.스톡스네스)




오늘부로 벌써 아이슬란드 링로드 전체 일정 중 절반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앞으로 올 날들이 기대된다.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아이슬란드에서의 나날들.

무척이나 그립다.



오늘은 세이디스피외르디르에서 에이일스타디르를 거쳐

1번 국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일정이었다.

특별히 들려야할 곳인 스톡스네스를 제외하고는

여유롭게 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일정이어서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던 하루.




5일차의 아침


숙소를 호텔로 잡는 바람에

부엌이 없어 따로 식사를 차려먹을 수가 없었다.

이에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조식을 먹는 수 밖에 없었다.

아이슬란드 물가 답게 조식 비용도 꽤 나갔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호화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며 아이슬란드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삶은 계란도 듬뿍 바구니에 담겨있어서

몇 개 슬쩍 챙겨왔다ㅎㅎ


조식을 먹는 팀은 우리 빼고 딱 한 팀 밖에 없었지만,

덕분에 조용하고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식을 다 먹고 보너스마트에 들렸다.

아이슬란드에서 마트란 존재는 우리에게 구세주였다.

마트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간다.

정말이지, 보이면 꼭 들어가야 하는 곳이 마트다.

정말이다.




구불구불 해안도로를 달리다


조식도 먹고 식량도 챙기니

점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아침 햇빛이 구름을 적시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 또한 내 마음을 적시고 있다.




이런 풍경들에 익숙해지는듯 싶기도 하면서,

아직도 볼 때마다 심장이 요동친다.




어느 순간부터

동부 피오르드 해안도로에 진입해있었다.

중학교 과학수업 때 교과서에서만 보던 피오르드 해안.

그 해안이 지금 나를 감싸안고 있었다.


빙하가 만들어낸 해안 길.

거대한 빙하가 이 길을 지나갔을 때를 상상해보며 도로를 달린다.




생각없이 풍경을 즐기다보면

어느샌가 또 다른 세계가 나를 맞이한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


아이슬란드는 늘,

이렇게,

훅 들어오는 매력이 있다.




옆을 돌아보면 드넓은 바다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속이 뻥 뚤리는 기분.




어느샌가 해가 우릴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동안 이렇게 맑은 해를 본 적이 없었기에

더 반가웠던, 그런 해.

햇님은 조용하면서 강렬하게, 아이슬란드의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




사진 모델이 되어준 동행ㅋㅋ

눈이 너무 부셔서 제대로 체크도 못하고 찍었는데 잘나왔다.

실명안한게 다행일 정도.


여기서 깨달은 점은,

겨울의 아이슬란드도 선글라스가 필수라는 것.

물론 난 챙겨오긴 했지만

귀찮아서 안꼈,,,,ㅎㅎ

가끔은 꼈다.




보면 볼수록 저 산 위로 올라가

숨겨진 유물을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의 조수가 되어

격렬하고 아슬아슬한 모험을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은,

지금 여기 아이슬란드에서 충분히,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인다아나 존스보다 더 황홀하고 소중한 모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가다 보이는 조그만 폭포.

아이슬란드에서 저런 폭포는 지나가다 쉽게 볼 수 있다.

굴포스, 데티포스 등 어마무시한 폭포에 비하면 매우 작고 이름도 없지만,

오히려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떻게 저 틈에서 얇고 세찬 물줄기가 나오는걸까.




간만에 차도 안지나다니겠다,

아이슬란드에 오면 다들 남긴다는 도로샷을 찍어보았다.

동행분이 찍어주신 사진.


이렇게 보니까 마치 북유럽에서 유랑하는 사람같다.

딩가딩가 기타를 치면서 양들을 몰 것 같은, 그런 비주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문드문 작은 집들이 보인다.

거대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삶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곳에서의 일상은 어떨까.

심심할 것 같다가도,

끝내 자연을 마주할 때면 알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오를 것 같은

그런 느낌.




잔잔한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대칭의 아름다움; 스톡스네스


동부 피오르드 해안도로를 쭉 따라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도착하게 된 스톡스네스.

스톡스네스는 사유지여서 따로 입장료가 존재한다.

800isk,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약 8000원 정도 된다.

구글 리뷰를 보니 어떤 이는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사람도 있고,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입장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연의 가치를 돈에 빗대어 표현할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바이킹카페에서 입장료 지불

돈을 더 지불하고 오래된 마구간에서 말에게 먹이를 주는 그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아쉽게도 시간상 패스할 수 밖에 없었다.)




잔잔한 바다에 반영된 구름이,

마치 제우스가 타고 내려오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잘 계신가요, 제우스.




스톡스네스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베스트라 호른.

일몰이 구름을 또다시 분홍빛으로 물들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꿈 속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화산재로 인해 검게 물든 모래들.

물을 머금고 있어 질퍽질퍽하다.

그래도 그마저도 즐겁다.




검은 모래 위에서 자라난 풀들.

머리가 조금 밖에 자라지 않은 아기들의 뒷통수같다.




평행세계처럼,

위 아래가 똑같다.




유럽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아이슬란드만큼 전문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수많은 장비들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담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내 사진에 담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보았던 것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음을

한 장에 담고자 했다.


그 누가,

아이슬란드까지 와서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겨가지 않겠는가.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 하루도 쌩쌩 달려준 우리의 렌트카.




고요하게 담겨져있는 물.




여전히 거센 파도.




등대일까?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 있으니 마치 연구소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우중충한 아이슬란드도 이제 나에겐

꽤 운치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또 다시 오로라


스톡스네스를 마지막으로 5일차의 일정은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일은 일렁이는 오로라의 끝자락을 잡는 것.

다행히 회픈 쪽에 잡았던 딜크스네스 숙소 주변엔 빛이 없어서

잘하면 숙소 바로 앞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도 오로라를 영접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한번도 못보고 간다는 오로라를 두 번이나 봤으니,

참 운이 좋았다.










어제보다 더 강렬했던 오로라.

마치 하늘 가운데 또 다른 우주가 생겨날 것만 같았던 밤.

UFO가 갑자기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그런 밤이었다.


야외 의자에 앉아서 동행들과 나는

아무말 없이

오랫동안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이 내 눈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그저 '너무 좋다'는 말들을 서로 주고 받고 있었다.

그 이외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다들 어쩌면 똑같은 생각 속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는 거였으니까.


5일차의 한 잔은

이렇게 남김없이 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