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4일차(3); 하늘 위의 초록 커튼, 오로라를 만나다

2019. 3. 4. 03:10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4일차(3); 하늘 위의 초록 커튼, 오로라를 만나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시간은 느리고도 빠르게 지나갔다.

어쩔때는 참 시간이 안간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벌써 절반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니.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오로라 한 번쯤은 봐줘야 하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슬란드를 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오로라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슬란드에 오게 된 이유는 오로라가 아니었다.


교환학생을 갔다온 친구 중에 아이슬란드를 갔다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하도 아이슬란드 노래를 부르길래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인지 궁금해졌다.

또한 대자연을 좋아하기에 안 갈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단순한 이유로 나는 끝없는 매력을 지닌 아이슬란드에 오게 되었다.

(물론 돈은 옴팡지게 깨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로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만약에 운이 좋으면 보는거고, 못봐도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날이 점점 지날수록, 오로라를 못보고 가기엔, 이 순간이 언제 올지 다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열망은 나를 사로잡았고,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4일차에서 5일차로 넘어간 새벽의 오로라 헌팅.




설산 위에 초록색 천이 휘날렸던, 2018년 12월 28일의 밤하늘



기상 체크하고, 오로라 지수 확인하고, 구름 상태까지 체크가 끝났으면,

빛이 적은 곳을 물색하는 오로라 헌팅이 시작된다.

동물들이 먹잇감을 위해 수많은 조건들을 고려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오로라 또한 그러하다.


그리하여 세이디스피외르디르에서 약 10분 가량 떨어진 설산에서

나는 오로라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찍어서 초점이 나갔다...ㅎ


아직도 처음 오로라를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태껏 여행을 통해 수많은 것들을 봐왔지만,

이건 완전히 내 인생에서 겪을 수 없었던,

궁극의 새로움이었다.


하지만, 저 사진처럼 육안으로 저렇게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연한 초록색 빛이 흐물흐물 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저렇게 보이려면 오로라 지수가 정말 높아야 한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 오로라를 봤을 때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내가 인터넷으로 봐왔던 오로라는 기술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물론 내가 올린 사진 또한 그러하니,

감안하고 봐야한다...ㅋㅋㅋㅋ


지금부터는 나의 사진전~!~!







 









처음에는 희미했던 오로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진해졌다.

이렇게 경이로운 모습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건,

나의 가족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매력에 푹 빠진 나였지만,

좋은 것들, 예쁜 것들을 볼 때면 내 소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만 이 광경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나중에 꼭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오리라 다짐하게 된 순간.


오로라가 좋았던 이유를 꼽는다면,

오로라 그 자체보다,

오로라를 보면서 느꼈던 나의 감정들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라 헌팅을 하는 방법


오로라 헌팅을 하는 방법은 쉽다.

그냥 존버가 답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발이 얼어도 참고, 강풍이 내 얼굴을 때려도 참아야 한다.

그렇게 버티다보면 찰나의 순간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오로라를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무조건 버틴다고 되는 일이다.

존버에도 조건이 있고, 전략이 있는 법.


그날 밤 날씨를 확인해야하고,

구름의 위치를 확인해야하고,

오로라 지수도 확인해봐야한다.

대략적인 조사가 끝나면

빛이 없는 지역을 공략해 오로라를 사냥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에 유용한 앱과 사이트가 있으니,

바로 오로라 앱과 아이슬란드 기상청이다.

자세한 사항은 밑에 정리해두었다. 






저렇게 기상청 사이트에서 구름 없는 지역을 확인하고,

오로라가 지금 아이슬란드 상공을 지나고 있는지 확인하면,

그 때부터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 또 이런 순간이 있을까 싶었던 하루.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4일차 한 잔, 다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