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3일차(1); 아쿠레이리로 가는 길목에서 겨울왕국을 만나다

2019. 2. 27. 02:45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3일차(1); 아쿠레이리로 가는 길목에서 겨울왕국을 만나다



2019/02/23 - [아이슬란드 한 잔] - 아이슬란드 2일차;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다

(★바로 전 날의 여행기★)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꿀잠을 자고

또 새로운 하루를 위해 짐을 싼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의 다채로운 풍경들은

이제 잠시 안녕.

다음에 또 볼 날이 있기를 고대하며,

오늘은 아퀴레이리를 향해 달려본다.



오늘의 점들은 블뢴뒤오스, 호프소스, 아쿠레이리.

점을 찍으며 그 사이의 선들을 열심히 달렸다.



아퀴레이리로 가는 길은

구글 지도에서 위성으로 확인해보면

엄청난 산맥들이 펼쳐져 있다.

(형광펜으로 동그라미 쳐져 있는 부분)



만년설로 덮힌 산맥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구간이기에

마치 겨울왕국에 초대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은 이 곳.

(엘사공주가 마법을 부렸나봐요*^^*,,,,,)

링로드 일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다.



2018년 12월 26일의 기록 한 잔,

 이제 시작한다.




익숙해지고 있는, 어두운 아침


아침에 눈을 떠도

아직 해가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구름이 마치 천장인 마냥

하늘을 전부 덮고 있었다.


마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해지고 있는 순간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것들 모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숙소를 뜨고 나서 한 일은 주유소에 들리는 일이었다.

하루에 거의 3, 4시간을 달리기 때문에 주유는 필수다.

렌트업체였던 PROCAR에서는

OB 주유소에서 주유할 시 할인되는 카드를 주어

주유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주유소,, 거 풍경 참 멋지네....

주유소의 풍경 마저 나를 울려버린다.






다시 차를 타고 쭉 달리다 보니

갑자기 여태까지 봐오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우리를 압도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거대한 빙하가 떠내려온 것 같았던

그런 산맥.


구글지도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쇠이다우르크로퀴르 부근이었다.




얼음 행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근처에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어 차를 대고

잠시 이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내가 아는 언어로 이 광경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설명할 길이 없다.

직접 이 광경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내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다.






저 건너편에 건너가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순간.






저 풍경에서 뒤를 돌면,

또 다른 모습이 나를 반겨준다.

드넓은 초원과 구름.

보기만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곳,

이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다.

구름과 산맥의 반영샷을 차 안에서 순간적으로 찍어본다.

아직 해가 뜰랑 말랑한 순간이어서

더욱 극적으로 나오는 순간의 사진들.


아이슬란드에서는

해 마저도 마치 선물과 같다.






뭔가 산맥의 모양이 피라미드를 여러 개 이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토블론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냠냠






장벽 같은 산맥.

엄청난 산이 바로 앞에 있으니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내 눈 앞에 저런 풍경이 나타날 수 있는지,

아직도 사진을 봐도 믿기지 않는다.


그 순간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길걸 그랬다.




호프소스, 잠시 거처가기엔 아쉬운 마을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도착한 호프소스.

원래 도착하고나서 식당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여전히 식당 문은 굳게 닫혀있다.

12월 26일,

여전히 쉬고 있는 식당가게 쥔님들...


이럴 때 참 한국이 열심히 일하는 나라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노동에 비해 제 값을 못받는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암튼

배고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 내내 배고팠던 기억이 가장 큰 것 같기도ㅋㅋㅋㅋㅋㅋ

뫃뫃뫃





배는 고파도,

눈은 배부르다.

쉴틈없이 계속해서 나를 황홀감에 빠지게 하는 풍경들.

내가 지금 지구에 있는게 맞나.






살짝만 몸을 틀어도

완전히 다른 풍경.

너무 광활해서

무섭기까지 하다.

자연이 나를 집어 삼키는 듯 하다.






이렇게 황홀한 시간들임에도,

허기는 채워야하기 마련.

차 안에 있는 비상 과자를 꺼내 점심으로 먹어본다.

바로 '쌀이랑'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존이 걸린 만큼 쌀이랑의 부스러기 한 톨도 떨어뜨릴 수 없다.






점심(이래봤자 과자다)을 먹고 천천히 마을을 둘러봤다.

호프소스도, 부디르에 검은 교회가 있었던 것처럼 작은 교회가 있었다.

파란색의 교회지붕이 아이슬란드의 하늘과 산맥과 구름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가로등의 곡선도 느낌있다.

모든 것이 선물같다.





주차장 근처에 있는

Stadarbjargavik라는 곳.

현무암 기둥들이 있는 곳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 있어 내려갔는데,

경사도 조금 가파르고 돌맹이들도 많아

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래도 내려가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뷰.

마치 연필심들이 물 속에 깊게 박혀있는 듯 하다.

수많은 파도의 울렁임이 저 주상절리를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기도 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또 다른 자연을 탄생해낸 자연의 모습을

나는 눈에 담고 또 담았다.


cf. 동행분들은 사진에 보이는 주상절리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진짜 가다가 죽을 것 같았다ㅋㅋㅋㅋ

그래서 사진보단 그래도 목숨이 먼저란 생각에 가진 않았다ㅋㅋㅋ






절벽따라 쭉 이어진 주상절리.

참 멋있다.


그때 참 열심히 눈에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사진을 보지 않으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진을 봐야 비로소 아 여기가 이랬었지라며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의 공기도, 바람도.


그래도 내 추억을 이 곳에 남길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아쿠레이리로 달려본다.

저 산맥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햇빛은

어서 너희가 갈 길을 가라고만 종용하는 것 같다.

해가 뜬건지 진건지, 이제는 그 감각조차 사라져간다.



약 1, 2시간 남짓 있었던 작은 마을 호프소스였지만,

다음에 다시 아이슬란드에 온다면

다시 한 번 들리고 싶은,

작고 조용하지만, 

광활한 자연을 지닌 마을이다.


*호프소스에 야외수영장이 있는데,

다음에 간다면 꼭 들리고 싶은 곳.




다시 아쿠레이리로


호프소스에서의 추억을 가득 안고,

우리는 다시 아쿠레이리로 향했다.

아마 이 때가 2시쯤 되었던 것 같은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면,

정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서 서둘렀다.





자연이 우리를 도로의 끝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저기 저 소실점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정말 수많은 매력을 가진

자연.






그냥 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이 정도다.

여름에 오면 이 곳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오랜만에 도로 위에서 다른 차를 만났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괜히 반갑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사람만 보면 괜히 반가워지는 것 같다.


'저분들은 남부 쪽을 돌아 거의 링로드 완주한 사람들이겠지'라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차 안에서 굴러다녔다.






눈에 담아도 아프지 않은 풍경들.






나를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

그저 지나가는 길이,

이렇게 멋지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아쿠레이리


긴 드라이브 끝에

오늘의 종착점인 아쿠레이리를 도착하였다.

사실상 운전을 못하는 나는

차 안에만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지쳤는데,

운전하신 동행분들은 얼마나 지쳤을지.

굉장히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을에 도착하면

항상 제 1순위로 '마트'를 찾는다.

아이슬란드의 또다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보너스마트는 12월 26일에도

boxing day로 인해 닫기에 패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Nettó 이다.

점심을 과자로 때웠기 때문에,

저녁은 거하게 고기로 선정하였다.





마트를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

그리고 우리가 먹을 재료는 과연 무엇이 될 것인지

신나게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






오늘 저녁을 위한 고기와 야채,

그리고 내일 아침을 위한 핫도그 재료들을

계산대 위에 올려 놓는다.

마트 물가는 그리 비싸지 않아 다행이다.

식당의 어마무시한 물가를 아직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끼고 또 아껴도 모자르기에,

이정도만 먹어도 만족이다:)






이렇게 저녁을 위한 준비는 다되었으니,

이제 남은건 요리하는 것뿐.






크으.

보기만해도 배고파진다.

고기만 있으면 반찬은 만사 오케이.







냄비로 밥도 나름 성공적으로 지었다.

하지만 냄비 태운건 안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사다난하게 저녁타임을 가지니

벌써 해가 저버려서 깜깜한 어둠이 찾아왔다.

한 9시쯤 됐나 싶을 정도로 어두웠는데,

시계를 보니 한 8시쯤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시간도 남는 김에 아쿠레이리 시내를 보러 나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