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6일차(1); 얼음의 나라에 입성하다 (얼음 동굴 투어, 요쿨살론)

2019. 3. 8. 06:05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6일차(1); 얼음의 나라에 입성하다 (얼음 동굴 투어, 요쿨살론)




오늘부로 드디어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남부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얼음동굴 투어를 하고,

요쿨살론다이아몬드 비치를 만끽한 뒤,

피얄살론(혹은 프얄살론)으로 정점을 찍는 것이 오늘의 목표.




얼음 동굴 투어, 판타지 세계를 열어주다


아침 일찍 얼음동굴 투어를 신청했기에, 6일차의 아침을 꽤 일찍 맞이했다.

차에서 졸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피곤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눈이 감겼다.


비몽사몽 사경을 헤매다보니, 어느새 얼음동굴 투어 가이드 모임 장소인

BLUE ICELAND 에 도착하게 되었다.


예약은 이 곳에서 진행하였다.

https://guidetoiceland.is/ko

-3명이서 59,700 ISK (한화로 약 60만원 정도)-


사실 얼음동굴 투어가 아닌 스카프타펠 빙하트레킹을 신청했어야 했지만,

동행 분의 실수로 인해 얼음동굴 투어가 신청이 되어버렸다.

사실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다.

여행에서 무언가 잘못된 일이 발생한다면,

내 책임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결과론적으론 얼음동굴 투어와 빙하 트레킹 둘다 할 기회가 생긴거니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얄루!




요쿨살론 근처에서 얼음동굴 근처까지 큰 지프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오프로드여서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자꾸만 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자꾸만 잠이 오는데

차는 흔들리지, 풍경은 또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지

도통 눈을 제대로 붙일 수가 없었다.

한 순간도 놓치기 싫지만,

내 체력은 여기까진가보오...




지프차를 타기 전에 아이젠을 장착하고 모자를 챙겼기 때문에,

내려서는 크게 따로 준비할게 없었다.

얼음동굴 입성을 위해 가이드님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역시, 여행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들은

무언가를 마주하기 일보 직전인 것 같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이 이 사진에 잘 담긴 것 같다.


ARE U READY TO START YOUR ADVENTURE?




자,

이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탐사대원이 된 것처럼

씩씩하게 동굴 탐험을 시작해보자!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어두컴컴하다ㅋㅋㅋㅋㅋㅋ

사실 조금 실망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큰 것처럼.

루트가 상당히 짧은 편이어서 아쉬움도 컸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얼음들이 마치 용의 비늘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판타지 세계에 초대된 듯한 기분이었다.

참, 아이슬란드는 너무나도 다양한 세계를 나에게 보여준다.




후레쉬를 켜서 찍은 동굴 벽면의 모습.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

슥 훑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다 살펴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동굴 출구가 너무나도 신비로웠다.


웜홀처럼

저 구멍으로 나가면

다른 곳으로 워프할 것 같다.


그런데 정말이지,

저 곳을 나서는 순간,

나는 다른 세계에 서있었다.




잠이 들어있는 용이

나를 반겨주었다.

매끈한 비늘이 탐스럽다.

한 번 쓰다듬고 나면

그제서야 아, 얼음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얼음동굴의 모든 언덕 길을 올랐을 때

비로소 동굴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안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는 얼음 동굴.

그렇다고 한 눈 팔면 안된다.

조심 또 조심.

어디서나 내 몸 내가 챙겨야한다.




동굴 하나를 정복하고 나왔는데도,

달님이 아이슬란드 하늘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그래서 더 판타지 같은 지금.

하지만 난 지금 소설 속도, 영화 속도 아닌,

현실 속에 있다.




이제 또 다른 동굴을 향하기 위해

다시 차에 오른다.

보기엔 모래밭처럼 보이지만,

자갈도 많고 빙판도 많기 때문에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자칫 하면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새로운 동굴 도착.

여기는 동굴이라기 보단,

얼음 구덩이에 더 가까워보인다.

물론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굴스러운 부분도 없잖아 있다.


동굴의 전경을 둘러보니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얼음덩어리를 보고 있는 듯하다.




달이 이리오라며 손 길을 내밀고 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동굴 내부로 이동한다.

모든 사람들의 눈과 손이 바삐 움직인다.

마음 속에 풍경을 담아줄 눈과,

카메라 셔터를 눌러줄 손이 함께.




다행히 이 곳은 빛이 들어서

얼음의 영롱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모래 바람이 불어서 고생을 꽤나 했다.

나중엔 눈에 들어가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역시 아이슬란드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곳이다.

항상 조심.




얼음 반대편 쪽에 조그만 터널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이 모든 광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갑자기 아이스에이지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지름길로 가자며 얼음동굴로 들어선 주인공들이

이 곳에 나타날 것만 같다.






이 동굴을 끝으로,

얼음 동굴 투어는 끝이 났다.

사실 동굴을 둘러 볼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아

생각보다 실망했던 투어였다.

이동시간이 2배는 더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 곳에 오지 못했다면

굉장히 후회했을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니, 실망스럽더라도 그 때 더 그 순간을 즐길걸 그랬다.


참 여행은 돌이켜 생각할수록, 아쉽다.

여행도, 그 때의 나도, 참 아쉽다.

하지만 이 아쉬움이, 바로 여행의 묘미아닐까.




수만년의 세월이 축적된, 요쿨살론


얼음 동굴 투어가 끝나니,

약 12시 쯤 되어가고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지길래,

빠르게 요쿨살론을 둘러보았다.




수만년 동안 쌓인 눈이 점차 압력을 받아 빙하가 형성되고,

그 빙하는 새롭게 형성되는 빙하에 밀려 바다로 떠밀려 내려오게 된다.

이렇게 눈 앞에 보이는 빙하들은,

인간의 세월을 뛰어넘은 시간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 빙하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담겨져 있을까.

여기서 나는 기나긴 시간의 흔적들을 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세월을 느끼고 보았다.

세월의 축적을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요쿨살론.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기만 하다.

아름답거나 경이롭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진에도 담기지 않는다.

오롯이 눈으로 담고, 온 몸으로 느껴야 한다.




이 얼음에도 엄청난 시간들이 모여있을까.

내가 지금 시간을 잡은걸까, 얼음을 잡은걸까.

갑자기 주먹도끼가 떠오른다.

이 얼음이 주먹도끼보다 더 나이가 많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들이 머릿 속에 자꾸만 맴돈다.




이제야 해가 떠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축적된 시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시간들을 남기고, 추억들을 남기고.




물가에 돌맹이를 던졌더니

물의 여신이 태어났다.

수천년의 세월을 간직해온,

내 사진에만 담긴,

단 하나뿐인 여신.




내가 이 곳에 나의 시간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이

아직도 얼떨떨 하기만 하다.


다시 이 곳에 오는 날엔,

더 많은 시간을 담은 빙하들이 나를 반겨주겠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