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6일차(2); 얼음의 나라에 입성하다 (다이아몬드 비치)

2019. 3. 10. 06:06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6일차(2); 얼음의 나라에 입성하다 (다이아몬드 비치)





허기진 배를 채울 점심시간


오전에 얼음동굴 투어를 마치고

요쿨살론을 둘러보니 배가 고파왔다.

주변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서

피시앤칩스 푸드트럭에서 점심을 사먹게 되었다.




피시앤칩스 푸드트럭은 요쿨살론 주차장 쪽에 위치해있었다.

가게 이름은 Nailed It Fish and Chips였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줄을 서있는 곳이 보인다면

아마도 그 곳이 바로 푸드트럭이 아닐까 싶다.


메뉴는 딱 한가지.

대구 피시앤칩스이다.

가격은 19000isk, 한화로는 대략 20000원 정도이다.

사실 영국에서 먹었을 때도 이 정도 가격이어서(더 비쌌던 것 같기도?),

아이슬란드 물가치고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음료는 소다(250isk)맥주(250isk)를 판다.

우리는 음료가 따로 있었기에 사진 않았다.




조그만 창고같은 느낌이지만,

배고픈 우리에겐 이마저도 얼마나 반갑던지.

가게가 보이자마자 달려가 줄을 섰다.




트럭 앞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만석.

점심 시간 때라 그런지, 자리가 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주차장 근처에 의자가 많은 편이라

다른 곳에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두근두근.

대구 2마리가 튀겨지고 있다.

안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다 볼 수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진 않았다.


(갑자기 예전에 했던 피시앤칩스 판매하는 게임이 생각난다ㅋㅋㅋㅋ)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피시앤칩스가 나왔다!

소금은 직접 원하는 만큼 뿌리면 된다.


사실 영국에서 피시앤칩스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 한 입 베었을 땐 바삭하니 맛있었다가, 양이 워낙 많다보니 점점 느끼해졌다.

그 때의 느낌때문인지, 이번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살도 도톰하니 짭쪼름한게 완전 내 스타일이다.

아이슬란드라서 더 맛있게 느껴진걸 수도 있겠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피시앤칩스 두 개로는 역부족일 것 같아 컵라면 3개를 더 준비했는데,

텀블러에 받아온 물로 끓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면이 거의 익지 않았다..

거의 컵라면을 뜯어먹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극한의 배고픔을 느꼈기 때문이겠지...ㅋㅋㅋㅋㅋ




삶의 끝자락에서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비치


점심을 다사다난하게 해결하고나서 이동한 곳은

다이아몬드 비치였다.


다이아몬드 비치는 요쿨살론에서 얼마 떨이지지 않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 다이아몬드 비치는 요쿨살론과 떼어놓을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관계 속을 들여다보며, 다이아몬드 비치의 모습을 추억하고자 한다.



요쿨살론의, 오묘한 검푸른 색들. (이전에 찍은 사진 재탕)



요쿨살론은 거대한 산맥 위의 눈이 압축되어 형성된 빙하들(분출빙하)이

오랜 시간동안 밀려내려오고, 녹아내리고, 떨어져나가면서 형성된 거대한 빙하호수이다.


요쿨살론의 빙하들이 하얗고 투명한 빛보다는

검고 푸른 빛을 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세기의 세월동안,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빙하와 만나며,

다채로운 색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연과 기나긴 시간들이 만들어낸 요쿨살론의 빙하들은

두 가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바다에서 떠돌아다니게 되거나,

근처 해안가에 잠시 머무르게 되거나.


다이아몬드 비치는,

요쿨살론의 빙하들이

마지막으로 표류하게 되는,

아름답고도 찬란한 해안가이다.




엄청난 세월을 머금어 온 빙하들이

얼음이 되고

물이 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검은 모래와 대조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 오면

꼭 사야하는 보드카, REYKA(레이캬)

녹아내리는 얼음 위에 살포시 얹어본다.




해가 저물어간다.

사람들도,

얼음들도,

그렇게 또 나이를 먹어간다.




한 번 REYKA를 제대로 올려놔보았다.

보드카 광고 사진이 되어버렸다ㅋㅋㅋㅋ

원래 손 사이즈 만한 녀석이 유명한데

큰 걸 사버렸다ㅋㅋㅋㅋ




수천년, 수만년, 아니 셀 수 없는 시간들 위에서

보드카가 군림하고 있다.




왜 다이아몬드 비치인지,

직접 보아야 알 수 있다.

얼음 안에 갇힌 기포 하나하나 들여다보아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녹아내린 빙하들이 

그들의 생애 끝자락에서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아야 더 예쁘다.



가만히 앉아서 바라본다.


검은 모래가

빙하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어쩌면, 이 검은 모래 덕분에

그들의 마지막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건 아닐까.




빙하의 결을 느끼다보니,

호랑이가 보인다.

인어의 꼬리를 한 호랑이.

자연이 시간의 흐름으로 만들어낸

걸작품.




바다로 떠내려가는 빙하들.

겉으로는 상어의 꼬리처럼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참 외로울 빙하들.

이제 바다에서 남은 생을 보낼 빙하들.

이제 얼었던 시간들이 녹아, 바다로 다시 흘러들어가겠지.


잘가, 라는 인사를 남기며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발걸음을 떼어보려 노력한다.

아쉬운 마음에,

빙하를 대신하여 자갈돌 하나를 주머니에 담아간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