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2일차;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다

2019. 2. 23. 05:07유럽 여행 한 병/2018-2019 아이슬란드 한 잔



아이슬란드 2일차;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였던 레이캬비크를 뒤로하고,

오늘은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레이캬비크를 모두 누비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여지를 남겨두어야 다시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기에

아쉬움 또한 즐거웠다.


역시 여행은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아무래도 좋다.

다음에 다시 여기 올 거라는 소망을 가질 수 있기에.


그렇게 시작된 2일차의 여행.



아이슬란드는 점의 여행이 아닌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하는 선의 여행이기 때문에,

점들을 선정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의 점들은 보르가르네스, 부디르, 아르나르스타피, 그리고 키르큐펠.


레이캬비크에서 보르가르네스까지 간 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 진입해 부디르, 아르나르스타피, 키르큐펠까지 보고

숙소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보통 링로드 일정은 남부부터 시작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케이스가 많다.

이는 바로 남부 쪽에 아이슬란드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기 때문.

하지만 우리는 기상의 악화로 인해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결정하였다.

비교적 북부 쪽 날씨가 괜찮아서 운만 좋다면 링로드 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12월달이라 기상에 변수가 많아 걱정이 되었으나,

동행분들과 아이슬란드가 함께 였기에 든든하였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는?


2일차 일정의 전부였던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는 흔히 아이슬란드의 축소판으로 불리운다.

아이슬란드의 신비하고 다양한 지형들을 이 곳,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이 곳은 꼭 들리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아이슬란드어가 익숙하지 않아 이 반도의 이름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단어 하나하나 쪼개서 본다면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스나이 = 눈 / 펠스 = 산 / 네스 = 반도

눈 덮인 화산이 반도 끝자락에 위치해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이 반도의 매력을 숨김없이 보여주고자 한다.




아침이 새벽과도 같은, 아이슬란드의 아침


아이슬란드의 아침은 마치 새벽과 같았다.

겨울이라 일조시간이 짧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침 10시가 지나서도 어두컴컴하니 마치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출시간 마저 신기했던 아이슬란드의 첫 번째 아침이었다.


어두캄캄한 하늘 아래서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한 뒤,

짐을 다시 트렁크에 넣고 이동할 준비를 했다.

링로드 일주는 하루마다 숙박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짐을 풀고 싸는 일은 매일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당시에는 매우 번거롭게 느껴졌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매일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전에 행하는 의례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무튼 새벽의 풍경을 머금은 아침에,

우리는 레이캬비크를 떠나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해저터널을 지나, 대자연 속으로


레이캬비크에서 스나이펠스반도를 가려면 해저터널을 지나야만 한다.

길이는 약 6km 정도.

원래는 유료였으나 작년 10월, 11월 이후 무료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사실 외관 상으로는 일반 터널과 크게 다를 것은 없으나,

해저라고 하니 마냥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귀도 조금 멍해졌던 것 같기도 하다.





길고 긴 해저터널을 지나면

또 다시 대자연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마치 이 곳에 온 인간들에게

감히 이 곳을 찾아왔냐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






그냥 스윽-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장관이다.

구름마저 다른 세계로 온 듯한 느낌을 뿜어낸다.

길게 늘어진 구름이 산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모습들이 그저 신비롭게만 다가온다.






점점 해가 뜨기 시작하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거대한 자연들이 하나 둘 씩

내 눈 속에 담기기 시작한다.

드넓은 초원과 그 끝에 있을 것만 같은 산봉우리들.

'태초의 지구'의 모습이 남아있다면 이 곳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이로웠던 풍경이었다.




부디르의 검은 교회


차 창 밖의 풍경들만 봐도 심심할 틈이 없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한계가 없을 것 같은 대자연과 달리,

나는 시간이 갈수록 배가 고파졌다.

풍경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해결해야만 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큰 마을이 아닌 경우 식당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이 날은 12월 25일, 바로 크리스마스 당일이었기 때문에

식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다 닫은 상태였다.


다행히 가는 길에 열려있는 조그마한 마트를 발견해서

첫 번째 목적지인 부디르에 도착하면 먹을 핫도그를 사두었다.

정말 기적이었다.

링로드 일주 중반 쯤에는 식당을 못찾아서 

간식거리였던 쌀과자를 점심으로 먹을 정도였으니,

기적이라고 말해도 과장된 바가 아니다.





부디르의 검은 교회 앞에 드디어 도착한 후

밖에 서서 먹어볼까라는 생각을 잠시했으나,

바람은 허락치 않았다.

핫도그 먹다가 병나겠다 싶어 나는 차 안에서 핫도그를 먹었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핫도그의 맛은 이루어 표현할 수가 없다.

소세지와 빵, 소스, 그리고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던 볶음양파와 양파 튀김의 조화는

허기진 나의 배를 즐겁게 해주었다.

볶음 양파와 양파튀김을 섞어서 넣어주어서 그런지

고소한 맛이 입 안에서 뛰어 놀았다.

여기서 핵심은 양파튀김!ㅎ

(여기서 꿀팁! 핫도그를 만들어 먹을 때 양파만 넣어줘도 퀄리티가 한층 상승한다.)


어쩌면 아이슬란드여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다 먹고 차에서 내리니,

고고하게 서있는 검은 교회가 우뚝 서있었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산들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신비하고 경건하게 느껴졌던 교회이다.

아이슬란드는 마을마다 작은 교회가 하나씩 있는데,

모두 이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귀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교회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괜시리 공동묘지까지 느낌있어 보이는 부디르이다.






부디르는 클레츠가타(klettsgata) 하이킹 코스가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르나르스타피를 시작지점으로 해서 2-3시간이면 종점인 이 곳 부디르로 올 수 있다고 한다.

이 주변이 모두 용암지대이기 때문에 하이킹을 하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갔던 시점은 12월이었기에

일조시간도 짧고,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어버려 날씨가 그리 좋지 못했다.

게다가 춥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하이킹은 목숨을 건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검은 교회 주변에서 풍경을 만끽하며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건초들마저도 사진의 피사체가 되어주는, 그런 부디르였다.


아쉽게도, 이 곳에도 다시 올 여지를 남겨두고 간다.

날씨가 화창한 그 날, 부디르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행선지이자, 클레츠가타 하이킹의 시작지점인 아르나르스타피로 향했다.




아르나르스타피


부디르에서 아르나르스타피를 가는 도로 중간에

잠시 멈춰섰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멈춰서고 싶은 곳에 멈춰설 수 있는 곳.

아이슬란드의 여행이 점의 여행이 아닌 선의 여행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저 길가였지만,

이곳이 지구인지, 아니면 다른 행성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돌들과 그 사이에 낀 이끼의 조화가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달리다보니

도착하게 된 아르나르스타피






마을 앞을 지키고 있는 스타파펠 산.

화산재로 인해 거메진 산은 마치 곧 터질 것 같이 풍성하고 거대했다.

울퉁불퉁한 것이 마치 폭발 뒤 일어나는 연기같이 보인다.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을 보면 잡아먹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해식 아치인 Gatklettur 를 보러가려면 이 방향을 따라가시오.

나는 못봤었던 것 같기도,,,?

이래서 여행기는 바로바로,, 쓰는게 정답이다.






해안가 절벽까지 걸어가는 동안은 갈색 들판이 드넓게 펼쳐져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오로지 이 경치에만 온전히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들판 가운데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 테이블과 벤치.

마치 저기서 김밥과 과일들을 늘어놓고 한 끼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역시나, 추운 날씨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떻게 저런 돌들이 형성되었을까.

자연의 신비는 무한히 깊고, 넓다.

여태까지 해왔던 수많은 고민들이 

이런 자연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고 무의미해진다.






마치 인간을 덮쳐버릴 것만 같은 자연이 자꾸만 펼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가까이 줌을 당겨보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마치 레고처럼 하나 하나 쌓아올린 것 같은 절벽.

이렇게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들이 지났을까.

너무나도 대단하고 소중한 세월들.

그 중심에 지금 내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등대인지, 경비실인지 알지 모를 건물.

하지만 자연 속에 있으니 아름답다.

깨알 같이 나온 사진찍는 사람은 덤이다ㅋㅋ






사진을 보면 아직도 그 곳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해안가 절벽에서 뒤를 돌면

바로 스타파펠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 곳은 마치 사진에 보이는 저 호수처럼 잔잔하고, 웅장하고, 경이로운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내가 있었다.


자, 이제 다음 행선지는 바로 키르큐펠이다.




키르큐펠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의 랜드마크를 하나 뽑는다고 하면,

바로 키르큐펠일 것이다.

(어떤 이는 커크쥬펠이라고 읽기도 한다. 역시 어려운 아이슬란드어.)


인기있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도

키르큐펠은 등장한다.

(언젠가 정주행해야지)




신기하다.

나는 분명 12월에 갔는데도 눈 덮힌 키르큐펠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눈보라 치는 날씨는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분위기 날씨걱정;)






키르큐펠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그곳에 주차를 한 뒤 폭포 쪽으로 쭉 걸어간다.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마주한 폭포다.

내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폭포.

하지만 이 폭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만날 수많은 폭포들에 비하면...

그렇다고 무시하는 건 아니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내내 나는 자연의 숭배자였으니 말이다. 

(자연의 무서움도 뼈져리게 느꼈다ㅋㅋㅋㅋㅋㅋㅋ)






우연히 폭포 쪽에서 걸어내려오다가 본 여성 한 분.

무언가 적고 있는 듯 했는데, 아님 스케치하는 걸까?

어찌되었든 멋있다. 사람도, 자연도.

내 사진도 ^^(자뻑,,?ㅎ)






이것이 바로 키르큐펠의 전경이다.

보통 폭포와 함께 찍는데 당시 여기 있었을 때는 그 생각을 못했다.

사진보다는 내 눈으로 더 담아가고 싶었다.


이 키르큐펠이 정말 신기한 이유는 보는 각도에 따로 그 모양새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의 각도에서 왼쪽으로 돌아가서 보면 마치 초콜릿 같이 네모난 모양이다.

화살촉 모양의 뾰족한 산이, 옆으로 돌아가서 보면 네모난 초콜릿 모양이라니.

괜시리 이상했다.

이래서 모든 건 다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하나보다.

하나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실제에 다가갈 수 없으니.

자연에서 또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간다.





자, 이제 숙소로


오늘의 목표였던 점들; 부디르, 아르나르스타피, 키르큐펠 모두 정복에 성공하였다.

숙소는 다음날 아쿠레이리까지 가기에 용이한 위치에 있는 곳으로 선정.

Espsstadir Cottage 였다.


키르큐펠에서 이 농가에 이르기까지 나는 엄청난 자연의 광경을 두고

차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동행분이 운전하시기에 잠들면 괜히 미안해서 꾹 참았는데,

내 잠이 승리해버렸다...


그리하여 눈을 뜨니 완전한 어둠이 아이슬란드를 뒤덮었고,

오프로드를 달리다보니 차까지 까매졌다.


도착해서 내리니 소 똥 냄새들이 급습해왔다.

참을 수 없는 냄새여서 어서 빨리 주인이 왔으면 했다.

다행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주자마자

바로 오셨던 것 같다.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너무 귀여워서 막 잠깬(ㅋㅋ) 정신없는 와중에 사진까지 찍어버렸다.

꼬리를 흔드는게, 짜식 많이 반가웠나보다.


숙소는 농가 윗 쪽에 위치해서 차를 몰고 언덕 쪽으로 다시 올라갔다.

주인분은 매우 친절하셨다.

이 날 숙소를 예약한 손님이 없어서 집 전체를 쓸 수 있게 해주셨다.

방이 딱 3개였는데, 우리도 딱 3명이어서 오랜만에 

1인 1룸을 즐길 수 있었다.


밖에는 뜨끈한 물이 담겨져 있는 bathtub이 있었다.

거기에 몸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면 피곤이 싹 가실 것 같았지만,

비가 내리더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도 날씨가 추워 아마 안들어갔을 것 같다.

날씨로 인해 오로라 헌팅도 무산.

아마 구름도 안끼고, 오로라 지수도 높고, 오로라가 숙소 위를 향해 지나갔다면

(오로라는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로라를 보는데 최적의 숙소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빛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결국 숙소에 들어와 짐풀고 저녁을 먹고 긴 휴식을 취했다.

저녁식사는 라면과 햇반, 그리고 김치다.

아이슬란드에서 먹는 라면은 최고의 맛을 뽐낸다.

집 안도 완전 북유럽풍의 통나무 집이어서

캠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다.

 거실에서 동행들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맥주 한 잔과 함께 다음 날의 일정을 짰다.


다음 날엔 과연 어떤 풍경이 나를 놀라게 할 것인가?

이 날들이 매우 그리워지는 지금 이 순간.

여기는 한국(안돼 으악)